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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새서휘 작성일26-09-17 21:56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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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무릇은 꽃과 잎이 서로의 계절을 만나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꽃이다. ⓒ 김홍의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9월 17일, 성북동 길상사를 찾았다. 경내에는 선홍빛 꽃무릇이 가을의 시작을 조용히 알리고 있었다. 그 붉은 꽃은 단순한 계절의 풍경이 아니라,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피어나고 있었다. 붉은 선홍빛 꽃잎과 사방으로 뻗은 긴 수술을 지닌 꽃무릇은 연꽃과는 또 다른 강렬한 매력을 뿜어낸다. 꽃 자체의 조형미도 훌륭하지만, 나를 더 사로잡은 것은 꽃에 얽힌 이야기였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는 생태적 엇갈림. 사람들은 이 생태적 특성에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붙였다. ▲  요정에서 사찰이 된 길상사에 어긋난 사랑의 서사가 담긴 꽃무릇이 붉게 피었다. ⓒ 김홍의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등 유명한 꽃무릇 명소가 많지만, 유독 길상사의 꽃무릇이 가슴에 와닿는다. 길상사의 꽃무릇은 백석과 자야의 어긋난 사랑, 그리고 이곳에 스며든 시간을 품은 채 피어나는 듯하다. 요정에서 사찰이 된 길상사 ▲  화려했던 요정 대원각의 시간을 지나, 비움의 도량 길상사로 들어서다. ⓒ 김홍의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 사찰인 길상사는 현재 서울 도심 속 고즈넉한 쉼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곳의 원래 이름은 최고급 요정이었던 '대원각'이었다. 대원각의 주인이었던 김영한(법명 길상화)은 법정 스님의 저서 '무소유'에 깊이 감명받았다. 그는 수차례 자신의 재산을 시주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법정 스님은 오랫동안 이를 사양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김영한의 뜻은 꺾이지 않았고, 결국 대원각은 수행과 나눔의 공간인 사찰로 탈바꿈했다. 모바일 야마토5게임방법 1995년 '대법사'로 등록된 뒤, 1997년 '길상사'로 이름을 바꾸어 다시 태어났다. 창건 법회에서 법정 스님은 김영한에게 길상사의 이름을 딴 '길상화'라는 법명을 내렸다. ▲  최종태 작가가 빚어낸 관음보살상, 종교의 경계를 넘어 고요한 미소를 머금다. ⓒ 김홍의 경내를 거닐다 보면 종교의 경계를 넘어선 특별한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최종태 작가가 조성한 관음보살상이다. 가톨릭 예술가로 유명한 그가 빚어낸 이 석상은 혜화동 성당의 성모 마리아상과도 닮아 있다. 종교를 넘어선 그 단아한 모습은, 이곳이 지향하는 비움과 화합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꽃무릇은 왜 '이루지 못한 사랑'이 되었나 ▲  여인의 속눈썹처럼 길게 뻗은 꽃무릇은 슬픈 사연을 품고 있는 꽃이다. ⓒ 김홍의 길상사를 찾은 이유는 매년 9월 경내를 붉게 물들이는 꽃무릇 때문이다. 흔히 꽃무릇과 상사화를 혼동하곤 하지만 두 꽃은 엄연히 다르다. 상사화가 8월경 연분홍이나 노란색 꽃을 피우는 것과 달리, 꽃무릇은 9월 중순에서 9월 말 사이 진한 선홍색 꽃을 피운다. 꽃무릇의 생애는 단호하다. 봄과 여름 동안 무성하던 잎은 가을이 오기 전 자취를 감춘다. 잎이 사라진 빈자리에 꽃대가 올라와 꽃이 피고, 꽃이 진 뒤에야 다시 잎이 돋아난다. 꽃과 잎은 평생 서로의 얼굴을 마주할 수 없다. 꽃무릇에는 애틋한 전설도 따라다닌다. 오래전, 한 젊은 승려가 속세의 여인을 사랑했지만 끝내 이루어지지 못하자 깊은 상심 속에 세상을 떠났고, 그가 묻힌 자리에 붉은 꽃이 피어났는데 그것이 바로 꽃무릇(혹은 상사화)이었다는 이야기다. 신천지게임랜드 산속 사찰 경내마다 꽃무릇이 유독 붉게 피어나는 것을 볼 때면, 그 전설이 단순한 옛이야기를 넘어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처럼 다가와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길상사의 꽃무릇은 백석과 자야의 이야기와도 자연스럽게 겹쳐 보인다. 사찰에서 꽃무릇을 자주 볼 수 있는 데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알뿌리의 독성을 갈아 탱화나 단청에 사용하면 벌레와 좀을 막는 천연 방부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  사찰 숲과 어우러져 피는 꽃무릇은 방부제 사용되는 실용적인 이유에서 심기도 했다. ⓒ 김홍의 꽃무릇은 울창한 나무 아래 반그늘에서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 특성이 있어 사찰 숲과 특히 잘 어울린다. 산기슭 나무 틈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꽃잎과 긴 수술을 비추는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 촬영할 때면 나는 군락 전체보다 꽃 한 송이에 시선을 집중한다. 여인의 속눈썹을 닮은 긴 수술, 그리고 찰나의 빛을 머금은 선홍빛 꽃잎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누군가를 기다리는 애틋한 마음처럼 다가온다. 천억 원보다 귀한 시 한 줄 ▲  붉은 꽃 사이로 백석과 자야의 시간이 흐른다. 길상사의 꽃무릇이 더 특별한 이유다. ⓒ 김홍의 길상사의 꽃무릇이 유독 특별한 이유는 이곳에 남아 있는 '자야(子夜)'의 이야기 때문이다. 길상사를 시주한 김영한은 삶의 시기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기생 시절에는 '진향', 시인 백석에게는 '자야', 불교에 귀의한 뒤에는 '길상화'였다. 경내 안내판에는 "백석의 대표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 등장하는 나타샤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자야(김영한)는 평생 백석을 그리워했다"고 적혀 있다. 백석은 눈 내리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나타샤와 함께 세상을 떠나 깊은 산골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을 시에 담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았다. "천억 원은 그 사람의 시 한 줄만 못하다 모바일 바다 스팀 게임 ." 1999년 세상을 떠나며 그녀는 "눈이 많이 내리는 날 화장한 재를 길상헌 뒤뜰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지금도 길상헌 뒤편 언덕에는 그녀의 공덕비가 세워져 있으며, 그 곁에는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적혀 있다. 꽃무릇의 꽃과 잎은 만나지 못했고, 백석과 자야도 끝내 함께 살지 못했다. ▲  만나지 못한 꽃과 사람이 그리움이 되어 이야기로 남겨졌다. ⓒ 김홍의 길상사의 꽃무릇은 그래서 단순한 가을꽃이 아니라, 한 사람을 향한 평생의 그리움이 피어난 꽃처럼 느껴진다. 그리움과 비움이 머무는 공간 ▲  꽃무릇이 피어난 길상사에는 그리움과 비움, 그리고 감사가 머문다. ⓒ 김홍의 욕망이 가득했던 요정은 비움의 도량으로 바뀌었고, 그 자리에는 매년 9월 그리움의 꽃이 핀다. 꽃무릇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한다. 꽃과 잎은 비록 만나지 못하지만 각자의 계절을 온전히 살아낸다. 백석과 자야 역시 함께하지 못했지만, 한 편의 시와 길상사라는 공간으로 남았다. 어쩌면 꽃무릇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랑의 실패가 아니라 기억의 지속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길상사는 그 기억마저 집착이 아닌 감사로 내려놓는 법을 보여주는 공간인지도 모른다. 올가을, 길상사의 붉은 꽃무릇 사이를 천천히 걸어보자. 잎과 꽃은 끝내 만나지 못했지만, 그 그리움은 백석의 시가 되었고, 자야의 삶이 되었으며, 오늘도 길상사의 꽃무릇으로 다시 피어나고 있다. ▲  만나지 못한 꽃과 사람, 그리움이 되어 피어난 길상사 꽃무릇을 만나보길 권한다. ⓒ 김홍의 - 위치: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 - 주차: 무료(공간이 협소하므로 이른 시간 방문) - 입장료: 무료 - 꽃무릇 만개 시기: 매년 9월 중순~9월 말 - 참고사항: 화장실 있음. 개화 기간이 일주일 내외로 짧으니 방문 전 개화 상황 확인 권장 는 '길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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