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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새서휘 작성일26-09-18 03:49 조회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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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삶은 빛과 그림자 어느 한쪽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사진=AI제공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경계는 어디일까.
책을 읽다 보면 쉽게 미워할 수 없는 악인을 만나고, 쉽게 좋아할 수 없는 선인을 만난다. 한 사람 안에 선함과 악함이 함께 존재하는 순간도 수없이 목격한다.
『토지』를 읽으며 내게 그런 인물은 임이네였다.
어떤 장면에서는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그녀가 싫었다. 자신의 욕망 앞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났고, 특히 홍이를 대하는 모습을 볼 때면 어미라는 이름조차 무색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임이네를 끝까지 미워할 수만은 없었다.
그녀의 삶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전혀 다른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가난 앞에서 자식을 먹이기 위해 자신의 몸과 자존심마저 내던져야 했던 여자. 살아남는 것이 먼저였던 시대에 생존의 방법부터 배워야 했던 사람.
그렇다면 나는 임이네를 어떤 사람이라고 말해야 할까.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우리는 사람을 판단할 때 그가 한 '행동'을 본다. 하지만 문학은 그 행동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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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기까지 무엇을 겪었는지, 무엇을 잃었는지, 무엇을 두려워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처음에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던 인물이 몇백 페이지를 함께 지나고 나면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문학의 흥미로운 。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현실에서는 한 사람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여다보기 어렵다. 우리는 대부분 그 사람이 보여준 몇 가지 모습으로 그를 판단한다. 나에게 친절하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무례하면 나쁜 사람이라 생각한다. 한 번의 실수로 누군가를 실망스러운 사람이라 여기고, 한 번의 선행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믿기도 한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그렇게 단순할까.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고 싶지만 언제나 좋은 선택만 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이고, 내 입장만 생각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내가 좋지 않은 선택을 했던 어느 순간만으로 나라는 사람 전체가 설명되는 것도 억울할 것 같다.
그렇다면 타인도 마찬가지 아닐까.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해한다고 해서 잘못이 옳아지는 것은 아니다. 사정을 안다고 해서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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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네가 살아온 환경을 이해한다고 해서 그녀의 모든 행동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불행한 과거가 현재의 폭력이나 무례함을 정당화할 수도 없다.
다만 한 사람을 그의 가장 나쁜 한 장면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남는다.
어쩌면 이것이 문학과 현실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 우리는 결과를 먼저 본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을 함께 걷는다. 인물의 어린 시절을 만나고, 가난을 만나고, 사랑과 배신을 보고, 시대가 개인에게 남긴 흔적까지 따라간다.
그러다 보면 '저 사람은 왜 저래?'라는 질문이 어느 순간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되었을까?'로 바뀐다.
두 질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본다.
첫 번째 질문에는 판단이 먼저 있지만, 두 번째 질문에는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려는 마음이 있다.
『토지』의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갈수록 나는 임이네를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니다.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웠고, 어떤 행동은 끝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다만 처음처럼 쉽게 '나쁜 사람'이라는 한마디로 밀어낼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이 문학이 내게 보여준 인간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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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는 완벽하게 선한 사람도, 완벽하게 악한 사람도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하면서 상처를 주고, 누군가를 살리면서 다른 누군가를 아프게 한다. 때로는 비겁하고 때로는 놀랄 만큼 용감하다.
어쩌면 우리 역시 그렇게 살아간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모습만으로 이루어진 사람이 아니다. 때로는 이기적이고, 누군가를 오해하고, 내 감정에 갇혀 상대를 판단한다. 그러면서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돕고, 잘못을 후회하며 조금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그래서 요즘은 사람을 만날 때 조금 천천히 판단하려 한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 그 사람의 수많은 페이지 가운데 한 장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사이에는 선 하나가 그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과 사정과 시간이 겹쳐 있는지도 모른다.
문학을 읽는 일은 누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인지 가려내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경계를 자꾸 흐트러뜨리는 일에 가깝다.
그리고 그 복잡한 인물들을 오래 따라가다 보면 결국 책 밖의 사람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나는 지금 이 사람의 한 장면만 보고, 그의 전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문학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사람을 잘 판단하는 법이 아니라, 사람을 너무 쉽게 판단하지 않는 법인지도 모르겠다.
000000; 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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