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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람객이 ‘손끝에서 핀 나날의 꽃’에 기획된 안채 공간에서 병풍과 꽃이 담긴 생활용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람의 희로애락 곁에는 늘 꽃이 있었다.
사랑을 고백할 때 꽃을 건네고, 졸업과 결혼 같은 새로운 시작을 꽃으로 축하한다.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마지막 길을 배웅할 때도 꽃을 놓는다. 말로 다 전하기 어려운 마음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꽃에 담아왔다.
경기 수원 국립농업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10월5일까지 열리는 소장품전 ‘손끝에서 핀 나날의 꽃’은 역사 속에서 꽃이 사람의 삶 가까이에 머물며 어떤 의미를 품어왔는지 보여준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반가운 꽃향기가 먼저 코끝을 스친다. 백합을 비롯한 싱싱한 우리 꽃이 입구를 채웠다. 이번 전시를 기념해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와 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가 일주일마다 생화를 보내 전시장 입구를 새롭게 꾸민다.
자개에서 영감을 얻은 미디어아트 정원을 지나면 본격적인 전시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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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꽃이 자연에서 사람 곁으로 다가와 일상 깊숙이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첫번째 ‘가까이 머물다’에서는 꽃을 곁에 두고 가꾸는 문화가 얼마나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는지를 보여준다. 고려시대에는 ‘내원서’, 조선시대에는 ‘상림원’과 ‘장원서’라는 관청을 두고 궁궐의 꽃과 과실을 관리했다. 옛사람들은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자연의 흐름이자 사람의 삶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전시장에 놓인 ‘와유첩’에서도 이런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와유(臥遊)’는 누워서 자연을 유람한다는 뜻이다.
정원에 머물던 꽃은 두번째 ‘울타리 안에서 피우다’에 이르면 집 안으로 들어온다. 전시 공간도 한옥을 본떠 꾸며 마치 사랑채와 안채를 차례로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제 꽃은 화단에만 피는 것이 아니다. 병풍·그릇·상보·장식장 같은 생활용품을 통해 영원히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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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기획한 이윤희 학예사는 “꽃은 언젠가 지지만 결국엔 다시 피어난다”며 “유물 속 꽃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삶의 이치를 함께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장품전에 관람객이 직접 만든 미디어아트 꽃 병풍이 전시돼 있다.
마지막 ‘손끝에서 피우다’에서는 꽃이 궁궐과 사대부의 울타리를 넘어 민간의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에서는 한약방을 재현한 공간을 통해 약재로 쓰였던 꽃을 미디어아트로 소개한다.
조선 후기에는 꽃이 민화의 주인공으로도 자주 등장했다. 백성들은 꽃에 복과 부귀를 바라는 마음과 재앙을 물리치려는 염원을 담아 더욱 크고 화려하게 표현했다. 사회·경제적 변화와 함께 화조도 같은 꽃 그림이 널리 사랑받으면서 꽃은 사람들의 소망을 담는 친숙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전시장을 찾은 김희건씨(36·경기 수원)는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우리나라 유물에 꽃무늬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며 “집에 돌아가는 길에 꽃 한송이를 사고 싶게 만드는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장을 빠져나올 때쯤이면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꽃 한송이에도 자연스레 눈길이 머물 것이다.
otum, s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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