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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새서휘 작성일26-09-23 20:18 조회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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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음에 틀림없다. 시누이가 자연 휴양림을 예약했다며 주말 시간을 비워두라고 연락이 왔다. 유난히 숲속 휴양림을 좋아하는 시누이에게 최근 몇 년간의 가을은 휴양림 예약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나 또한 숲을 좋아하기에 무조건 따라나선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주말 이틀 동안 어머님, 시누이, 남편과 나, 넷이서 지리산 자연휴 양림에 다녀왔다. 시누이는 휴양림 숙소 잡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데, 용케 이곳에 방이 있어 무턱대고 예약했다고 거듭 말했다.
지리산 자연 휴양림은 오랜 시간의 흔적을 곳곳에 머금고 있었다. 계곡을 따라 난 도로 옆 바위틈, 그늘진 곳의 나무 밑동에는 초록 이끼가 새파랗게 자라고 있었다. 숲이 빽빽하니 하늘은 자주 숨었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겨루기라도 하듯 키를 높이고 있었다. 숲의 밀도가 높은 만큼 휴양림 안은 가을 햇살이 쨍한 날임에도 아주 청량했다.
'소금길' 탐방
▲ 주막터에서 본 학돌(절구통)과 주막 지붕을 덮었던 굴피나무 채취 흔적
ⓒ 이정미
우리의 숙소는 휴양림 맨 꼭대기에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휴양림 주변을 둘러볼 생각이었다. 오는 길에 '공양간의 셰프들'로 이름이 알려진 '대안스님'께서 운영하는 '자연바루' 에서 。심을 배부르게 먹었기에 몸을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그때 마침 안내 방송이 울렸다.
"4시에 소금길 탐방이 있으니 참석하실 분은 산림 휴양관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잘됐다며 시누이, 남편과 나는 시간에 맞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87세 어머님은 다리가 불편해서 숙소에서 쉬시기로 했다.
소금길 탐방에 참여한 팀은 우리 셋과 대전에서 온 4인 가족으로 모두 7명이었다. 숲 해설사님은 출발하기 전에 먼저 안전에 대해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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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반달가슴곰을 만난 경험과, 곰을 만났을 때 행동 요령을 알려 주었다.
"곰을 만났을 때는 절대로 등을 보이며 도망가면 안 됩니다. 멈추어 동태를 살피고 뒷걸음질로 물러난 다음, 시야에서 보이지 않으면 산에서 내려오면 됩니다."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이 추진되었고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목격담을 직접 들으니 놀라웠다.
"그럼 현재 지리산에는 반달가슴곰이 몇 마리 정도 살고 있지요?"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칩을 달아 파악되는 개체 수가 100여 마리 정도인데, 자연 번식된 개체까지 감안하면 대략 그 두 배 정도는 살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입구에서 숲 해설사님은 소금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중국에 '차마고도'가 있다면 지리산에는 '염두고도(鹽豆古道)'가 있습니다."
옛날 함양 등 지역에서는 소금을 구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장정들이 무리를 지어 약초, 콩, 곶감 등을 지게에 짊어지고 이 벽소령 고개를 넘었다. 하동 화개장터에서 소금, 생선 등과 바꾸어 다시 이 고개를 넘어왔다는 설명이었다.
▲ 오소리는 굴을 여러 개 파서 자신을 보호하고 청결함을 좋아한단다.
ⓒ 이정미
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오소리 똥굴' 앞에서 멈추었다. 오소리는 굴을 여러 개 판다고 했다.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도망갈 길도 따로 뚫어 놓는단다. 청결을 좋아해서 똥은 정해진 굴에서만 해결한다고 했다. 영리한 오소리 모습을 상상하니 귀엽게 느껴졌다.
"산길을 다른 말로 뭐라고 하지요?"
"오솔길?"
오소리 굴 바로 위쪽 산허리를 보니 좁은 길이 보였다. 오소리가 동그란 몸통으로 기어다니며 만든 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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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솔길은 오소리가 만든 길에서 유래되었다는 재미있는 설명이었다.
조금 더 오르니 목적지인 '주막터'에 도착했다. 짐꾼들이 쉬고 먹고 잠을 잤던 곳이다. 계곡을 사이에 둔 산 허리께에 넓은 공터가 덩그러니 펼쳐졌다. 그곳이 주막터였다는 흔적을 학돌(절구통)에서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계곡 가장자리에 있는 돌의 안쪽을 동그랗게 파내어 만든 맨들맨들한 절구통이 오랜 세월에도 그 자리를 변함없이 지키고 있었다. 숲 해설사님은 돌멩이를 들고 곡식을 가는 시늉을 하며 이해를 도왔다. 주막터 위쪽 능선에서 주막의 지붕을 덮었던 굴피나무 채취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굴피나무는 껍질이 매우 질기고 물에 젖지 않아 지붕으로 사용하기 적합했다고 한다.
한지등 만들기와 별 관찰하기
▲ 한지로 청사초롱을 만들고 밤길을 밝히며 산길을 걸었다. 나무가 가리지 않는 넓은 공터에 도착해 '스텔라리움' 앱을 이용해 별을 관찰하였다.
ⓒ 이정미
지리산 자연 휴양림은 따로 부대시설이 없다. 지리산이 가진 숲과 계곡의 원형을 그대로 살렸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가족과 함께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잘 준비되어 있었다.
저녁을 먹은 후 시누이와 나는 '숲속 야학'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어머님과 남편은 숙소에서 모자간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저녁 7시에 학습장에 도착하니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여럿 모여 있었다. 미리 준비된 재료를 챙겨 테이블에 앉았다. 해설사님이 가르쳐 주시는 순서에 따라 청사초롱 등을 만들었다. 완성하고 난 뒤 LED 전구를 켰다. 은은한 빛이 한지를 통과하니 덩달아 마음이 온화해지는 것 같았다.
등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빽빽한 숲에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다.
"등으로 발밑을 밝히며 걸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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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이 등불에 의지하여 밤길을 다녔지요."
등불에 의지해 밤길을 걸었다. 마음이 차분해졌고, 발걸음은 조심스러워졌다. 어둑어둑한 숲속 임도를 따라 걸어가니 제법 넓은 공터가 나왔다. 팔각정에 동그랗게 모여 앉아 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었다.
각자의 스마트폰에 별자리 앱을 설치했다. 이 앱을 이용해 9월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을 찾아보기로 했다. 시누이와 나는 백조자리, 카시오페이아, 페가수스자리를 찾았다. 어르신 부부도, 초등학생 아이들도, 엄마 아빠도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을 찾으며 얼마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손가락을 길게 뻗어 거리를 가늠할 수 없는 저 먼 하늘의 별을 가리키는 일. "어디? 어디? 저기! 저기!" 하며 한곳을 향해 온마음을 모으는 사람들의 모습이 예뻐서 미소가 피어났다.
휴양림의 아침
▲ 참회나무 빨간 열매와 바위 사이로 흐르는 쾌활한 계곡물
ⓒ 이정미
소금길 탐방과 숲속 야학 프로그램을 어지간히 즐겼는지 아침 늦게까지 잘 잤다. 창을 여니 청량한 아침 공기가 얼굴에 확 닿았다. 정신이 맑아졌다.
숙소 아래 계곡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갔다. 시원하고 쾌활한 계곡 물소리가 맑은 기운을 더하고 있었다. 넙적 바위로 드리운 나뭇가지에 빨간 열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동그란 열매가 꽃잎처럼 펼쳐지면서 씨앗을 퍼뜨리는 것 같았다.
밝은 가을 햇살 아래 초록 나뭇잎과 빨간 열매의 색감이 선명했다. '참회나무'란다. 밝고 경쾌한 자연의 모습이다.
지리산 자연 휴양림에는 활엽수가 많다. 오랜 세월에 고풍스러워진 단풍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이 가을색으로 물들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았다. 시누이와 나는 오는 10월 말경, 단풍이 한창일 때 또 오자며 휴양림에서의 소회를 나누었다.
반짝 가을이다. 자연이 풍요로운 계절, 지리산의 품에서 가족들과 함께 숲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산에는 반달가슴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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