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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가 포디움(단상) 위에서 보내는 시간은 2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를 위한 준비 시간은 수십배 수백배에 달한다. 무대에 오르기까지 지휘자는 악보와 씨름하고, 공연장을 찾아다니며 살아있는 음악과 만나는 훈련을 반복한다. 직접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불러보는 지휘자도 많다. 오랜 숙성의 시간을 견딘 자만이 비로소 무대 위에서 음악을 만질 기회를 얻는다.
1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KNSO 지휘자 워크숍'은 이처럼 실전 기회가 절실한 차세대 지휘자들에게 뜻깊은 자리였다. 2021년부터 해마다 개최되는 이 워크숍은 젊은 지휘자들을 대상으로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직접 이끌며 현장 감각을 익힐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올해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로베르토 아바도 음악감독이 멘토로 나서 음악적 해석과 지휘 테크닉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을 전했다.
단 네 명을 선발하는 이번 워크숍엔 37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9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지휘자는 권수정(37)과 오성빈(30), 정선우(24), 최재혁(3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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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N스튜디오에서 만난 이들 지휘자는 "대가에게 배울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에 이번 워크숍에 참여하게 됐다"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는데 아바도 감독님의 피드백을 듣고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16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는 이번 워크숍에선 베토벤 교향곡 3번과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중.적으로 다룬다. 지휘하는 모습을 다각도로 촬영한 뒤, 아바도 감독과 함께 디테일을 .검하는 비디오 피드백 시간도 마련됐다.
엄격한 리허설로 유명한 아바도 감독이지만, 이들 지휘자에겐 세세한 지적 대신 음악적 해석의 자유를 부여했다.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 지휘과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정선우는 "개인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해석을 많이 하는 편인데, 아바도 감독님께서 '그냥 하고 싶은 건 다 하라'고 격려해주셨다"며 "네 명의 스타일이 모두 다른데 각자의 스타일을 존중해주신다"고 말했다.
독일 오스나브뤼크 시립극장 부지휘자로 활동 중인 오성빈은 "항상 정확하게 지휘하는 스타일을 고수해왔는데, 아바도 감독님이 '리듬에 집착하지 않고 음악을 초대하듯 지휘하라'고 말씀해주셨다"며 "기술적인 것을 넘어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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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지휘자들이 한데 모인 흔치 않은 자리인 만큼 서로에게서 배울 。을 찾기도 한다.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 '앙상블블랭크'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재혁은 "오성빈 지휘자는 표정이 정말 좋고, 정선우 지휘자는 눈빛이 인상적이다. 권수정 지휘자에게선 단원들과의 정확한 눈맞춤을 배울 수 있었다"며 "음악가들은 평생 배워야 하는 만큼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워크숍은 지휘자로서의 초심을 되새기는 자리이기도 하다. 오성빈 지휘자는 "무대 위에서 단원들과 눈빛을 맞추며 형용할 수 없는 음악적 대화를 나눌 때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낀다"며 "관객뿐 아니라 단원들에게도 울림을 줄 수 있는 지휘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빈 국립음대 오케스트라 지휘과 디플롬 과정에 재학 중인 권수정 지휘자는 "단원들과 서로 조율하며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인간적으로 느껴진다"며 "매일 발전하며 좋은 영향력을 전하는 지휘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워크숍에선 LA 필하모닉 대표 겸 최고경영자(CEO) 킴 놀테미가 참여해 무대 밖 지휘자가 갖춰야 할 비즈니스 역량에 대해 강의한다. 16일 수료식에선 우수 참가자 한 명에게 장학금 250만원을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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