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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연휴, 마음의 양식을 채워줄 단 한 권의 책을 찾는 독자들을 위해 네 명의 출판사 대표가 자신이 만든, 특별한 책을 추천한다. 나 자신을 진솔하게 돌아보는 인문학부터 국경과 언어를 넘나드는 세계사, 생생한 자연을 담은 문학, 그리고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까지.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삶의 깊이를 더해줄 네 권의 책과 함께 뜻깊은 명절을 보내시길.
정신없는 일상 속 자신을 돌아볼 때
자기 자신에게 성실한 사람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조성웅 유유 대표 추천
명절이면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돌아가야 할 곳이 고향뿐일까.
나는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을 보며 반가워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묻는다. “잘 지냈어?”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다. 정작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었나. 대만 인문학자 양자오의 ‘자기 자신에게 성실한 사람’을 다시 꺼내 읽은 이유다. 이 책은 카뮈를 읽는 법을 다루지만 작품 이해를 돕는 해설서에만 머물지 않는다. 카뮈가 평생 붙들었던 질문, ‘이 부조리한 세계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독자 자신의 삶으로 불러온다.
카뮈는 삶의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묻는다. 양자오는 그 태도를 ‘자기 자신에게 성실한 것’이라는 말로 풀어낸다. 남들이 원하는 나를 좇기보다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외면하지 않는 것. 손쉽게 다른 사람의 답을 빌려오지 않는 것.
생각해보면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자주 거짓말을 한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하고, 원하지 않는 일도 “다들 그러니까” 하며 받아들인다. 가족을 위해서, 직장을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라는 말 뒤에 자기 마음을 숨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출판사에서 일하다 보면 참 좋은데 독자를 잘 만나지 못하는 책이 나온다. ‘자기 자신에게 성실한 사람’도 그런 책이었다. 많이 읽히지는 않았지만, 정신없이 살아온 일상에서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볼 때 펼쳐볼 만한 책이다. 이번 추석에는 가족과 친구에게 안부를 묻듯 자기 자신에게도 물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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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잘 지내고 있나.”
카뮈를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이 질문을 피하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정답이 없는 삶 앞에서 자기 자신에게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 고향에 다녀오듯 잠시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 ‘자기 자신에게 성실한 사람’은 그 길에 친구 삼아봄 직한 책이다.
외국인이 한국어로 쓴 언어 이야기
외국어 전파담
로버트 파우저 지음
이현화 혜화1117 대표 추천
책 한 권이 눈길을 끄는 기간은 한 달? 더 짧아졌다고도 한다. 2018년 시작한 출판사에서 약 마흔 권의 책을 만들었다. 그 가운데 ‘외국어 전파담’이 있다. 로버트 파우저라는 미국 백인 남성의 책이다. 미국 백인 남성이 쓴 책이 한둘인가? 특별할 게 뭐가 있나?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그는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교토대 교수를 지냈다. 서울대에서는 한국어로, 교토대에서는 일본어로 강의했다. 이 책에는 번역자가 없다. 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로 썼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국경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외국’이라는 개념이 생겼고, 당연히 ‘외국어’라는 개념도 생겼다. 외국어를 누가 왜 배우느냐는 단순히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거나 취직이나 무역을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패권의 역학이 존재하고, 제국주의 확장의 역사가 배어 있고, 선망과 야망, 꿈과 이권이 깔려 있었다.
세계의 역사는 외국어 확장의 경로를 타고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써 왔다. 이런 인류의 역사를, 자신이 몇 개의 언어를 공부했는지 셀 수 없을 만큼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를 배워온 언어학자가 한국어로 썼다. 서양 중심 세계사가 아닌, 전 세계 문화권을 두루 아우른 것이 이 책이다. 외국인이 한국어로 썼으니 어렵게 쓰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 술술 읽힌다. 희귀하고 흥미로운 이미지가 올컬러로 빼곡해 읽는 재미를 높인다.
2018년 초판을 출간하고, 2021년 개정판이 나왔다. 지금도 꾸준히 읽힌다. 앞에서 말한 ‘한 달’을 훨씬 지났다. 비결? 책의 세계에는 다른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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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가 아니어도 이 세계에는 시간에 관계없이 꾸준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는 책이 여전히 존재한다. 마흔 권의 책 가운데 굳이 출판사의 첫 책인 ‘외국어 전파담’을 독자에게 권하는 것도 그 세계의 존재를 믿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는 단기간 마라톤으로 승부를 보는 대신 오래오래 그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는 책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많은 독자분들께 이 세계에 함께 속해 있자고 이 책으로 말을 건네고 싶었다.
집안에서 느끼는 가장 날것의 자연
한 사람의 마을
류량청 지음, 조은 옮김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추천
이 책을 만난 것은 중국 출간 30년이 지난 뒤였다. 소설가인 저자는 삼십 대 초반에 이 책으로 데뷔했는데 소설이 아닌 산문집이다. 톈산산맥 아래 밤 11시에 해가 지는 황사량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삽질하고 자전거 고치면서 살아온 그는 우연히 접한 시를 ‘아리아드네의 실’처럼 쥐고 평생 그를 압박해온 자연 밖으로 나오게 됐다. 오랫동안 독백을 했던 터라 많은 글을 지어야 했다. 지붕의 기와에 모래처럼 쌓인 그의 단편들은 그 상태로 접혀 책이 됐다. 글에서 가보지 못한 신장 사막의 모래 냄새가 난다.
원래 간쑤성 진타현에 살던 그의 가족은 굶주림을 피해 신장위구르 지역으로 이주했다. 모래에 큰 구덩이를 파서 집을 지었는데 그 위에 지붕을 얹은 땅집이다. 비가 오면 물이 집으로 고이고, 눈이 오면 문이 막혀 지붕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땅집을 파면서 사람 허벅지만 한 느릅나무 뿌리를 베어냈는데 나무가 쉬지 않고 떨었다고 아버지가 말해줬다. 잎이 잔뜩 떨어질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자 나무뿌리가 자꾸만 벽을 뚫고 땅집으로 들어왔다. 봄에는 벽에 하얀 털 뿌리가 한 겹 생겨나 며칠 만에 한 뼘씩 자랐다. 나무뿌리가 또 움직였다고 할머니가 말하면 새로운 봄이 찾아왔다. 구들 밑의 굵은 뿌리가 자라면 바닥의 흙이 올라왔다. 저자의 집 바닥에서 유일하게 단단한 곳은 그 뿌리 위였다. 나무뿌리 위에서 나무장작을 팼다. 밤이 되면 수많은 동물이 각자의 굴을 파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서 유년을 보내며 저자는 나무가 내는 모든 소리를 들었다. 나무 또한 집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뿌리로 감아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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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실린 글들은 우리의 감각을 초월한다. 무섭도록 낯설고 서럽도록 진한 가장 날것의 자연을 저자는 묘사한다. 글항아리의 오래된 책장에서 이 놀라운 문학을 다시 꺼내서 독자들께 삼가 권한다.
삶 달라도… 농인 부부는 행복합니다
서로 다른 기념일
사이토 하루미치 지음, 김영현 옮김
김효근 다다서재 대표 추천
‘달라서 즐겁다.’ 귀가 들리는 아들이 슈퍼마켓에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는 농인 아버지는 생각한다. 이 아이는 성장할수록 자신과 다른 .이 많아지겠지만, 바로 그래서 즐겁다고. 우리의 다름을 확인한 오늘을 ‘서로 다른 기념일’로 정하자고.
‘서로 다른 기념일’의 저자 사이토 하루미치는 귀가 들리지 않아 수어로 소통하는 농인 사진작가다. 그는 귀가 들리는 청인 집안에서 성장해 보청기를 끼고 음성 언어를 훈련했지만,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언어 탓에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다. 그러다 고등학교를 농학교로 진학해 수어를 만나며 비로소 몸과 어긋나지 않는 표현 수단을 손에 넣게 된다. 훗날 사이토 하루미치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농인 사진작가인 여성과 결혼한다. 단, 아내는 농인 집안에서 성장해서 모어가 수어라는 。이 달랐다. 부부는 같은 농인이지만 성장 환경, 언어, 세상을 감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두 사람은 한 아이를 낳는다. 그 아이는 청인. 이른바 코다(CODA)로 귀가 들리는 아이다.
농인 부부가 청인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그저 순조롭지는 않다. 아이의 울음을 들을 수 없는 부부는 잠들 때 꼭 아이의 몸에 손을 얹는다. 여행지에서는 침대에 있던 아이가 갑자기 사라져 허둥지둥 일어나 찾았는데 아이는 언제부터 그랬는지 침대 아래로 떨어져 크게 울고 있었다.
하지만 부부는 청인보다 훨씬 섬세하게 아이와 교감한다. 아이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들도 온몸과 표정을 활용해 수어로 아이에게 표현한다. 자신들은 듣지 못하는 자장가를 불러줘 아이를 재우고, 아이의 심장 박동을 노래처럼 온몸으로 듣는다.
감각도, 언어도, 성장 환경도 다른 세 사람의 일상은 우리가 평소 얼마나 한정된 감각과 음성 언어로 좁은 소통을 하는지 일깨워준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는 전제 아래 감각을 활짝 열고 하는 소통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필요한 덕목일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자주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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